단어와 개념의 구분
더글러스 호프스태터 - 사고의 본질
p.52-54
여기서 잠시 이 책에서 사용할 표기법 하나를 설명하고 넘어가겠다. 앞으로 단어를 말할 때는 따옴표를 쓰고(‘탁자’), 개념을 말할 때는 볼드체를 쓸 것이다(탁자). 단어는 일련의 소리나 인쇄된 글자 혹은 한 덩어리의 소리 없는 내면적 말임에 반해 개념은 자주 되풀이되는 세상의 측면을 나타내며, 가령 영어나 프랑스어 등으로 된 명칭 같은 다른 단어를 붙일 수 있는(때로는 해당하는 단어가 아예 없기도 하는) 머릿속의 추상적 패턴이기 때문에 이 구분은 중요하다. 단어와 개념은 다르다. 둘 사이의 구분은 중요하고 종종 명확하지만 텍스트에서는 불가피하게 모호하고 흐릿한 경우가 있을 것이며, 이런 경우에는 약간 자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볼드체와 따옴표로 선택할 것이다. (⋯)
열여덟 달 된 아기인 팀은 어느 날 공원에서 다른 아기가 모래 놀이를 하는 모습에 뒤이어 근처에서 어떤 어른이 그 아기를 돌보고 있는 모습을 본다. 순간적으로 팀은 작은 정신적 도약을 이루어 (완전히 표현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한다. ‘저 사람은 엄마Mommy가 나를 돌보듯이 저 아기를 돌보고 있어.’ 이 결정적인 순간은 소문자 ‘m’으로 시작하는 엄마mommy라는 개념의 탄생을 알린다. 소문자인 이유는 이제 이 새로운 범주에 두 개의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물론 대문자와 소문자를 쓰는 것은 팀의 방식이 아니라 팀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암시하는 우리의 방식이다). 이 시점부터는 팀이 이 개념의 다른 사례를 알아차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초기에 팀이 가진 엄마mommy라는 개념은 여전히 단수와 복수 사이를 부유하며, 팀의 머릿속에서 이루어지는 유추는 상당히 구체적이어서 비교의 기준은 언제나 첫 번째 엄마mommy, 그러니까 (대문자 ‘M’이 들어가는) 엄마Mommy가 될 것이다. 그러나 엄마mommy라는 개념의 새로운 사례가 중첩되고 기억 속에서 흐릿해지기 시작함에 따라 공원에서 새로운 어른을 볼 때마다 팀이 자동적으로 수행하는 정신적 덧입힘mapping은 엄마Mommy가 아니라 갓 생겨나 커지기 시작하는 엄마mommy라는 개념을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말하자면 포괄적인 성인(즉 구체적인 세부 사항이 제거된 성인) 그리고 그 성인 근처에 있고 그 성인이 말을 건네고 웃음 짓고 일으켜 세우고 달래고 지켜보는 등의 일을 하는 포괄적인 아기를 중심으로 한 일반화되고, 고정되고 심지어 약간 추상적인 상황을 대상으로 삼을 것이다.
우리의 목표는 엄마mommy라는 구체적인 개념의 성장이라는 확정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목표는 그보다 더 일반적이다. 우리가 제안하는 바는 모든 개념의 탄생이 대략 앞서 설명한 방식대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구체적인 구성 요소가 있는 구체적인 상황이 있으며, 따라서 고유하고 나머지 세상으로부터 깔끔하게 분리된 것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하루 후나 1년 후처럼 시간이 지나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상황을 접하게 되며, 그 결과 연결 고리가 형성된다. 이 순간부터는 두 상황의 정신적 표상이 서로 연결되고 경계가 흐릿해지기 시작하여 두 원천보다 덜 구체적이지만(즉 덜 세부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두 원천과 다르지 않은 새로운 정신적 구조물이 만들어진다.
그래서 엄마mommy라는 근원적 개념과 약간 더 정교한 엄마mommy라는 개념은 아주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한다. 특히 두 개념은 모두 ‘세상에서’ 새롭게 마주친 상황에 쉽게 덧입혀져서 평생 계속될 눈덩이 효과를 통해 외부로 확장된다. 개념이 일련의 길고 즉흥적인 유추를 통해 계속 불어난다는 것이 바로 우리가 다음 몇 단락에서 자세하게 설명하고자 하는 내용이다.